- 호주 카지노 보안요원, 입구에서 손님 안경 확인… 정부는 연방 사업장 내 스마트 안경 제한 검토
- 카메라·마이크·AI 내장, 카드 촬영과 외부 전송 가능… 크라운 시드니에선 숨긴 카메라로 118만 호주달러
- 네바다·뉴저지는 2013년 구글 글라스 때 게임장 착용 금지… 크루즈선 카지노는 착용 금지·압수 규정
- 2025년 한 해 700만 대 판매… 관건은 육상 카지노의 명문 규정과 입구 확인
호주의 한 카지노 호텔에서는 보안요원이 입구에서 신분증과 출입 자격을 확인하면서 손님이 쓴 안경까지 살핀다. 필요하면 안경을 직접 확인한다. 스마트 안경은 카메라와 마이크가 들어 있어도 겉모습이 일반 안경과 거의 같아서 눈으로는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확인은 스마트 안경 문제가 뉴스로 알려지기 전부터 현장에서 시작됐다.
같은 문제를 호주 정부도 다루기 시작했다. 케이티 갤러거(Katy Gallagher) 공공서비스 장관은 9월 18일 호주 공공서비스위원회(APSC)에 연방정부 사업장에서 스마트 안경을 금지할 필요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예외를 둘지 자문을 요청했다. 갤러거 장관은 스마트 안경이 정보를 녹화하고 수집할 수 있어 개인정보와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공무원에게 일관된 지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리즈번시 등 일부 지방의회는 이미 공공 수영장에서 착용을 금지했다.
카드 촬영과 외부 전송, 실시간 지시까지 가능하다
스마트 안경은 테 안에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가 들어 있고 AI 비서가 눈앞의 장면을 인식한다. 게임 테이블에서는 딜러가 뒤집는 카드나 다른 손님의 패를 찍어 밖으로 보내고, 밖에서 분석한 베팅 지시를 안경 스피커로 받을 수 있다. 메타(Meta)가 2025년 9월 공개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Meta Ray-Ban Display)는 렌즈 안쪽에 화면을 띄우는데, 밖에서는 이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는 카드만 찍는 것이 아니어서 같은 테이블의 손님과 직원도 동의 없이 찍힐 수 있다.
카메라로 테이블을 찍어 밖에서 지시를 받는 수법은 이미 호주 카지노에서 쓰였다. 뉴사우스웨일스 경찰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적 부부는 2025년 10~11월 크라운 시드니(Crown Sydney)에서 티셔츠 그림 속에 숨긴 초소형 카메라와 카메라 부착 장치를 단 휴대전화로 테이블을 촬영하고, 귀 깊숙이 넣은 이어피스로 베팅 지시를 받아 117만9,412호주달러를 땄다. 카지노 직원이 여성의 셔츠에 달린 카메라를 발견해 11월 27일 경찰에 알렸고, 경찰은 두 사람을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상 이익을 얻은 혐의로 입건했다. 스마트 안경은 카메라와 스피커, 통신 기능을 한 테에 담고 있어 이 부부처럼 카메라를 옷에 숨기거나 이어피스를 따로 끼울 필요가 없다.
카지노의 대응, 2013년 구글 글라스 규정부터 크루즈선 금지 조항까지
카지노가 착용형 카메라를 막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구글 글라스(Google Glass)가 나오자 뉴저지주 게임집행국(New Jersey Division of Gaming Enforcement)은 같은 해 6월 애틀랜틱시티 카지노 12곳에 손님의 착용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데이비드 리벅(David Rebuck) 국장은 지시문에서 이 안경이 포커에서 자기 패를 공범에게 중계하는 데 쓰일 수 있고, 실제로 부정행위에 썼는지 입증하기 어려우며, 부정행위가 없더라도 테이블에 있는 것만으로 게임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적었다.
네바다주 게임통제위원회(Nevada Gaming Control Board)도 2013년 6월 10일 면허업체에 구글 글라스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기기”를 게임장에서 착용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기기를 지니거나 일상에서 쓰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포커 등에서 카드 정보를 다른 손님과 나누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봤다. 네바다주법(NRS 465.075)은 게임에서 이득을 얻도록 설계되거나 개조된 전자장치를 사용하거나 사용할 의도로 소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첫 위반부터 C급 중범죄로 처벌한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Caesars Entertainment)와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MGM Resorts International)은 당시 보안요원에게 손님이 게임 전에 기기를 벗도록 요구하라고 지시했고, 시저스 대변인은 게임 규정이 게임 중 컴퓨터와 녹화 장치 사용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권고문은 특정 제품이 아니라 기능을 기준으로 삼았으므로, 문구대로라면 카메라와 통신 기능을 갖춘 스마트 안경도 이 범위에 든다.
크루즈 선사 가운데는 스마트 안경을 이름으로 지목한 규정을 둔 곳이 있다. MSC 크루즈(MSC Cruises)는 2025년 12월 몰래 녹화하거나 전송할 수 있는 기기를 선내 공용 구역에서 금지한다고 밝혔고, 로열 캐리비언(Royal Caribbean)은 2026년 2월 금지 물품 목록에 스마트 안경을 넣어 카지노·스파·화장실·탈의실·의무실 등에서 착용을 막았다. 위반하면 안경을 압수하고, 도수 렌즈를 쓰는 손님에게는 일반 안경을 따로 가져오라고 권고한다.
호주 육상 카지노의 경우 크라운 리조트(Crown Resorts)나 스타 엔터테인먼트(The Star Entertainment Group)가 스마트 안경을 따로 지목한 공개 규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강원랜드 카지노 이용약관 제5조가 출입구 직원의 반입금지 물품 확인과 고객의 검색 절차 협조를 정하고 있지만, 약관에 스마트 안경이나 촬영 기기를 지목한 조항은 없고 반입금지 물품의 세부 목록은 별도의 출입관리 지침이 정한다.
700만 대 팔린 안경, 남은 것은 명문 규정과 현장 확인
레이밴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는 2026년 2월 실적 발표에서 메타와 함께 만든 AI 안경을 2025년 한 해에 700만 대 넘게 팔았다고 밝혔다. 2023~2024년 두 해 합계인 200만 대의 세 배가 넘는다. 호주에서는 K마트(Kmart) 같은 할인점이 저가형을 팔면서 보급이 늘었다.
메타 안경은 녹화할 때 테의 LED가 켜지지만, LED를 물리적으로 없앤 개조품은 표시 없이 녹화할 수 있었다. 메타는 2026년 7월 LED가 훼손되면 카메라가 꺼지도록 소프트웨어를 고쳤다.
호주 정부는 스마트 안경의 수입이나 판매를 막지 않고 연방정부 사업장 내 사용만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셸 롤런드(Michelle Rowland) 법무장관은 수입 금지 요구에 반대하면서 시각장애인처럼 정당한 이유로 쓰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고, 갤러거 장관의 자문 요청도 금지 여부와 함께 예외 기준을 묻는다.
카지노의 기존 규정도 소지 자체가 아니라 게임장 안에서 착용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를 막는다. 네바다주 게임통제위원회의 2013년 권고는 게임장 밖에서의 착용 여부를 업체 재량에 맡겼고, 로열 캐리비언도 객실에서는 착용을 허용한다. 호주 육상 카지노가 스마트 안경을 지목한 규정을 새로 만든다면 이 형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스마트 안경은 겉모습으로 가려내기 어려우므로, 규정이 생기더라도 보안요원이 입구와 테이블에서 안경을 직접 확인해야 규정이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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