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금 인상 보도 2주 만에 CB 투자자 풋옵션… 8월 31일 435억원 현금 상환
- 2분기 카지노 매출 역대 최고에도 주가는 전환가 아래, 목표주가 줄하향
- 내년 5월 만기 9,000억원대 담보대출, 대주 은행 “리파이낸싱 문의부터 부정적”
- 제주는 특별법이 상한 규정… 관건은 15%의 제주 확산과 정기국회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이 관광진흥개발기금 인상 논의의 첫 실물 피해 사례가 됐다. 8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관광학회와 복합리조트관광연구소가 연 ‘카지노산업 법·제도 개선 정책간담회’에서 이장성 롯데관광개발 재무담당 이사는 7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에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기금 인상 보도 직후 주식 전환 대신 조기상환을 청구했고,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9,500억원 규모 담보대출의 리파이낸싱도 불투명해졌다고 밝혔다. 경쟁사 임원과 학계, 기자 수십 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회사 사정을 “절박하다”고 표현했다.
분기마다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2024년 말 대규모 리파이낸싱까지 마무리했던 롯데관광개발이 정책 변수 하나로 자본시장의 신뢰를 잃어 가는 과정이다. 실적이 아니라 정부의 결정이 기업의 자금 조달 조건을 바꾸고 있다.
보도 2주 만에 온 조기상환 청구서
발단은 7월 14일 정부가 카지노 사업자의 기금 부담률 상한을 총매출액의 10%에서 15%로 올리는 관광진흥법 개정을 검토한다는 보도였다. 이튿날 코스피가 6.24% 오르는 동안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14.62% 떨어졌다. 장중 1만930원까지 밀린 주가는 이후에도 1만1,000원대에 머물렀다.
롯데관광개발이 2021년 11월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투자목적회사 엔브이8홀딩스에 발행한 8-1회차 CB의 전환가액은 1만2,762원이다. 표면금리 0%, 만기이자율 4.5%로 발행된 이 CB는 2025년 10월 만기가 2026년 11월 29일로 1년 연장되면서 만기이자율이 4.7%로 오르고 조기상환 청구 가능일이 2026년 8월 29일로 조정됐다. 주가가 전환가를 밑돌자 엔브이8홀딩스는 7월 29일 보유 CB의 절반인 350억원에 대해 조기상환을 청구했고, 회사는 이튿날 청구서를 받았다.
롯데관광개발은 8월 3일 이 CB를 만기 전에 취득해 소각하기로 공시했다. 4년 9개월치 이자를 더한 상환금은 435억3,650만원으로, 조기상환일인 8월 29일이 휴일이어서 실제 지급은 8월 31일에 이뤄졌다. 김홍균 롯데관광개발 공시담당 이사는 8월 4일 간담회에서 주식 7%를 보유하던 국민연금도 2% 이상을 팔았다고 말했다.
실적은 신기록, 주가는 전환가 아래
투자자가 떠난 시점의 실적표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롯데관광개발은 2025년 카지노 순매출이 61.8% 늘어난 4,76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1,433억원에 순이익 276억원을 내면서 2018년 이후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2026년 2분기에는 매출 2,033억원, 영업이익 5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9%, 56.8% 늘었고, 카지노 순매출 1,470억원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였다.
| 구분 | 카지노 순매출 | 영업이익 |
|---|---|---|
| 2025년 연간 | 4,767억원 | 1,433억원 |
| 2026년 1분기 | 1,186억원 | 288억원 |
| 2026년 2분기 | 1,470억원 | 519억원 |
2분기 테이블 홀드율은 22.1%로 1년 전보다 4.7%포인트 올랐고, 7월 카지노 매출 3,600만달러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월간 실적이었다. 그런데도 증권가는 9월 들어 KB증권이 리파이낸싱 지연과 기금 불확실성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2만8,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흥국증권이 기금 부담을 반영해 3만원에서 2만원으로 내렸다. 회사가 버는 돈과 시장이 매기는 값이 정책 변수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 셈이다.
9,500억원 담보대출, “은행 문의부터 부정적”
더 큰 부담은 담보대출이다. 롯데관광개발은 2024년 11월 제주 드림타워 소유 지분을 담보로 8,390억원을 재조달하면서 8,000억원을 선순위로 돌려 금리를 6%까지 낮추고 만기를 2027년 5월로 늘렸다. 감정가 1조8,048억원 대비 담보인정비율은 46%였고, 1년 단위로 돌아오던 만기 부담을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6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 외 46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이 차입금의 장부가액은 9,054억원, 금리는 연 6~9%다. 만기가 1년 안으로 들어오면서 6월 말 기준 전액이 유동성 장기차입금으로 분류됐다. 이장성 이사는 간담회에서 “저희 회사에 담보대출을 제공하는 은행들도 리파이낸싱 가능 여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내년 리파이낸싱으로 연간 약 400억원의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봤지만, 그 전제였던 정책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순이익 276억원 회사에 기금 515억원
기금의 무게는 롯데관광개발의 손익 구조에서 드러난다. 드림타워 카지노는 2025년 기금 산정 기준 총매출 5,206억원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단일 사업장 가운데 가장 컸고, 515억원을 기금으로 냈다. 현행 관광진흥법과 시행령은 연 매출 10억원까지 1%, 100억원까지 5%, 100억원 초과분에 10%를 매기는 누진 구조인데, 개편안은 법률상 상한을 15%로 올린 뒤 시행령으로 그 위에 고매출 구간을 새로 만드는 방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모든 매출에 15%를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설 구간을 넘는 매출분에만 인상률을 적용하며, 연 매출 3,000억원 이상에 15%를 매긴다는 것도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고 8월 3일 설명자료에서 밝혔다. 다만 최고 구간을 15%로 단순 적용하면 드림타워의 기금은 715억원으로 200억원 늘어난다. 이장성 이사는 2025년 카지노 인건비가 566억원으로 매출의 11.9%였던 반면 기금과 개별소비세, 교육세를 합친 부담은 매출의 15.7%였다며, 15%가 적용되면 수백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논리는 산업 규모다. 문체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외국인 전용 카지노 17곳의 매출은 전년보다 21.6% 늘어난 2조2,637억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입장객은 18.7% 증가한 349만4,051명, 17개 업체의 직접 고용 인원은 7,777명이다. 문체부는 1995년 기금 납부 제도 도입 이후 업계 전체 매출이 10.3배 커졌는데 부담률은 30년간 그대로였다는 점을 개편 근거로 들었다.
개편안에는 5년 단위 갱신허가제와 사업권 양도·양수, 지배주주 변경에 대한 사전인가제도 들어 있다. 유효기간 없이 운영되던 허가에 5년 주기 점검이 붙고 사후 신고로 족하던 지배구조 변경이 사전 인가 대상이 되는 만큼,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는 7월 22일 신용등급 악화와 대규모 투자 철회를 우려했다. 수천억원을 빌려준 대주단이 담보 가치와 사업 안정성을 다시 따져 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는 다른 법… 당장은 육지, 다음은 제주
드림타워에는 다른 카지노에 없는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제주특별법 제245조 3항은 관광진흥법 제30조에도 불구하고 제주 카지노 사업자가 총매출액의 10% 범위에서 제주관광진흥기금에 납부하도록 따로 정하고, 세부 요율은 도조례에 맡긴다. 관광진흥법의 상한을 15%로 올려도 제주 카지노에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으며, 제주특별법과 도조례를 별도로 고쳐야 한다.
이 때문에 하나증권은 7월 16일 중앙 기금 인상이 롯데관광개발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도 “투자자들이 결국 제주도의 기금도 상향될 것이라고 우려한다면 이를 불식시킬 방법은 없다”며 2028년 영업이익이 19% 줄어드는 시나리오를 목표주가에 반영했다. 정부가 7월 14일 업계 의견을 들은 간담회에는 제주도도 참석했다. 제주 8개 카지노의 2025년 매출은 6,46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이들이 2023년부터 3년간 낸 기금은 738억원인데, 제주도가 밝힌 대로 제주관광진흥기금 수입의 70%가 카지노 납부금이어서 제주도로서도 육지와 같은 요율을 마다할 이유가 크지 않다.
방아쇠는 대통령, 실행은 ‘책사’
제도 개편이 힘을 얻은 계기는 2025년 12월 16일 문체부 업무보고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외국인 카지노 허가를 두고 “이것도 꽤 상당한 특혜 같은데”라며 왜 민간에 내주느냐고 물었고, 특정 개인에게 허가를 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공공 영역에 맡기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했다. 최휘영 장관이 이끄는 문체부는 이 발언을 계기로 법 개정안 마련에 나섰다.
당에서 이 흐름을 맡은 이는 이 대통령의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청 정책수석을 지낸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지역구인 여수에 외국인 카지노 유치를 목표로 내건 조 의원은 22대 국회 후반기에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남아 일찍부터 문체부와 법안을 조율해 왔고, 7월 23일 국회 토론회를 연 데 이어 9월 중순 정부와 조율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12월 업무보고에서 “호남에는 왜 카지노가 없느냐”고 물어 조 의원의 구상에 힘을 실었다.
조 의원은 9월 1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카지노 수익이 관광기금을 통해 더 공정하게 환류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카지노에 소위 블랙머니가 들어와도 현재로서는 통제할 길이 없다. 누군가는 그런 부분들을 채찍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갱신허가제와 사전인가제 같은 안전장치 없이는 지방 카지노 신설을 논의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조 의원은 개정안의 두 축이 갱신허가제와 사전인가제이고 납부율은 추가 논의를 거쳐 시행령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납부율의 상한은 법률에 담기기 때문에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15%라는 숫자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목표로 잡고 있으며, 후반기 문체위는 민주당 9명과 국민의힘 6명, 조국혁신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베이징의 경고까지 겹친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의 주 고객층은 중화권이고, 흥국증권은 3분기 칭다오와 창춘, 우한, 창사, 청두 등 제주 국제선이 추가돼 취항 도시가 26개까지 늘어나는 점을 성장 재료로 꼽았다. 그러나 8월 3일 주한중국대사관은 영자지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 법은 도박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며 자국민의 해외 도박도 불법이라면서, 한국 카지노가 중국인을 겨냥해 마케팅과 모객을 벌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비용은 서울이 올리고 고객은 베이징이 흔드는 구도가 국내 카지노 가운데 드림타워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다.
남은 시계는 세 개다. 시행령이 고매출 구간의 문턱을 어디에 긋느냐, 제주특별법과 도조례가 뒤따르느냐, 그리고 2027년 5월 만기 전에 대주단이 어떤 조건을 내놓느냐다. 이 세 가지가 정해지기 전까지 드림타워의 신기록은 자본시장에서 값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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