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중국대사관 “중국인 겨냥 카지노 마케팅 중단하라”… 업계는 ‘중국 고객’ 언급조차 회피
- 기금 상한 15% 추진 보도 다음날 3사 주가 10~15% 급락… 두 달 뒤 파라다이스 9,820원
- 8월 파라다이스 사상 최대 매출에도 중국 VIP 드롭액 12% 감소… 수요 축은 일본으로
- 방한객 역대 최대 속 비용·정책·지정학 3중 리스크… 관건은 시행령 구간
2026년 여름, 한국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계는 두 달 사이 세 번의 경고음을 들었다. 7월 14일 정부가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을 매출액의 10%에서 15%로 올리는 제도 개편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튿날 상장 카지노 3사의 주가가 하루 만에 10~15% 무너졌다. 8월 3일에는 주한중국대사관이 한국 카지노의 중국인 겨냥 마케팅을 “매우 부적절하다”고 공개 비판하며 한국 정부에 단속을 요구했다. 9월 초 나온 8월 실적표에서는 파라다이스가 월간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주가가 1만원 아래로 내려앉았고, 중국 VIP 드롭액은 1년 전보다 12% 줄어 있었다.
방한 외래객이 달마다 기록을 새로 쓰는 와중에 비용은 정부가 올리려 하고, 최대 고객층은 베이징이 흔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한국 카지노의 황금기가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카지노는 건전한 교류가 아니다”… 베이징이 보낸 편지
발단은 영자지 코리아타임스가 8월 3일 보도한 기사였다. 방한 관광 회복으로 17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호황을 누리고 증권사들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를 근거로 중국인 방문객 증가를 점치지만, 정작 중국인의 해외 도박은 중국 법상 불법이어서 업계가 최대 고객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못하는 딜레마를 짚은 내용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카지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사업자들은 이들을 표적 시장으로 공개 지목하지도 고객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으며, 중국 내 마케팅은 계속하되 조용히 진행한다는 것이다.
같은 기사에는 주한중국대사관이 이 매체에 보낸 서한이 실렸다. 영사 업무를 담당하는 당량(Tang Liang) 참사관은 “중국 법은 도박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중국 국민이 해외에서 도박에 참여하는 것 역시 불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카지노가 외국인, 특히 중국인을 대상으로 표적 마케팅과 모객을 벌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카지노 산업의 성장을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일로 그려 온 언론 보도도 문제 삼았다.
대사관은 보도 직후 공식 위챗 계정에 기고 전문을 공개했고, 국내 언론이 8월 4~5일 이를 잇따라 전했다. 당 참사관은 일부 한국 언론이 중국인 관광객을 카지노 산업의 주요 고객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우리는 이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썼다. 한국 법률도 대부분의 카지노에 자국민 출입을 금지하는데 중국은 더 엄격하다는 점, 2025년 말과 2026년 초 양국 정상이 건전한 인적 교류 확대에 공감했다는 점을 들어 “카지노 산업은 분명 ‘건강하고 건전한 인적 교류’에 해당하지 않으며 일각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주요 대상으로 도박을 권유하는 것은 양국 간 인적 교류에 백해무익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서한은 한국 카지노와 관련해 중국 국민이 피해를 본 사건이 잇따랐고 거액의 도박 빚을 진 중국인 유학생이 목숨을 끊은 사례까지 있다면서, 이런 비극이 한국 관광시장의 질서와 국제적 이미지까지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요구는 구체적이다. 대사관은 출국 관광객 교육을 강화해 도박이라는 법적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유도하겠다고 예고하는 한편, 한국 측이 관광 기관에 대한 감독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고 카지노 운영을 엄격히 규범화해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도박 모객을 근절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리아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미 출국자에게 불법 도박을 경고하는 문자를 보내는 등 자국민 계도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정부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카지노 허가권을 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한국 카지노 운영에 대해 문체부 항의하거나 협조를 요청한 적은 없다면서, 중국 측이 연락해 온다면 논의에 열려 있다고만 밝히고 추가 언급을 피했다.
말할 수 없는 최대 고객… 2015년의 체포와 2021년의 형법

업계의 침묵은 새삼스럽지 않다. 코리아타임스가 접촉한 업계 인사들은 대부분 입을 닫았고, 익명을 조건으로 답한 이들도 중국 당국이 자국민의 해외 도박을 면밀히 감시한다는 사실을 사업자들이 잘 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중국인을 고객으로 공개 지칭하지 않고 중국 관련 마케팅도 일부러 모호하게 남겨 두며, ‘중국 고객’ 대신 ‘일본과 중화권 고객’이라는 넓은 범주로 묶어 부른다.
침묵의 근거는 중국 형법에 있다. 화교대학(Huaqiao University) 법학원의 우칭수(Wu Qingshu) 부교수는 코리아타임스에 2020년 형법 개정으로 제303조에 제3항이 신설돼 중국 국경 밖 도박에 참여하도록 조직하는 행위가 별도 범죄가 됐고, 액수가 크거나 정황이 엄중하면 카지노 개설죄와 같은 형으로 처벌된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2020년 12월 통과된 형법수정안(11)에 담겨 2021년 3월 1일 시행됐으며,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처벌 대상이 중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구역·관제와 벌금이고, 정황이 엄중하면 5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벌금이 병과된다.
집행 전례도 있다. 2015년 6월 중국 공안은 중국인을 한국 카지노로 유인한 혐의로 한국 카지노 직원 13명과 중국인 모객책들을 체포했고, 당시 문체부는 이들이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파라다이스 소속이라고 확인했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몇 안 되는 사례다.
의존도는 업계 스스로도 인정해 왔다. 2025년 4월 GKL 관계자는 한 언론에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거의 중국 VIP가 대부분인데,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고,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 정책 탓에 하루 수억원을 베팅하던 중국 VIP가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다. 말할 수는 없지만 잃어서도 안 되는 고객이라는 뜻이다.
30년 만의 기금 인상… “영업이익 20~30% 증발”
베이징의 편지가 도착하기 3주 전, 서울에서는 비용 쪽 경고가 먼저 울렸다. 문체부는 7월 21일 관광진흥법상 카지노 사업자의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을 총매출액의 10%에서 15%로 높이는 법 개정을 올해 하반기 안에 마치겠다고 공식화했고, 5년 단위 갱신허가제와 사업권 양도·양수 사전인가제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시행령은 사업장별 연매출 10억원 이하 1%, 1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 5%, 100억원 초과분 10%의 누진 구조인데, 이 체계가 1995년 이후 30년간 그대로인 동안 외국인 카지노 전체 매출이 10.3배 늘었다는 것이 정부의 명분이다. 2025년 외국인 카지노 매출은 2조2,000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21.6% 늘었다.
부담의 무게는 2025년 장부에서 드러난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파라다이스가 888억원, 제주 드림타워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이 515억원, GKL이 409억원을 기금으로 냈는데 GKL의 납부액은 영업이익의 78%에 이른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부담률이 15%로 오를 경우 2026년 기준 연간 비용이 3사 합쳐 약 1,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 구분 | 2025년 매출 | 2025년 영업이익 | 기금 납부액 | 15% 적용 시 연간 추가 비용 |
|---|---|---|---|---|
| 파라다이스 | 1조1,499억원 | 1,564억원 | 888억원 | 약 500억원 |
| 롯데관광개발 | 6,534억원 | 1,433억원 | 515억원 | 약 300억원 |
| GKL | 4,229억원 | 526억원 | 409억원 | 약 200억원 |
증권가의 계산은 대체로 한 방향이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담률 인상 시 3사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보다 20~30% 줄어들 것으로 봤다. 다만 이들 추정은 최고 부담률 15%가 주요 사업장 매출에 일괄 적용된다는 가정에 서 있다. 문체부는 7월 22일과 8월 3일 설명자료에서 고매출 구간을 새로 만들어 기준선을 넘는 초과 매출에만 인상률을 적용하고 세부 구간은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정하겠다고 반박했으며, 연매출 3,000억원 이상에 15%를 물린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는 매출 기준 부과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등 12개 관광단체는 8월 3일 공동성명에서 최근 10년간 카지노 사업자의 절반가량이 영업 적자를 내면서도 매출 기준 기금을 납부해 왔다며 상한 인상과 갱신허가제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하루 만에 무너진 주가, 두 달째 제자리
시장은 정책보다 빨랐다. 개편 검토가 알려진 7월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관광개발은 14.6%, 파라다이스는 13.5%, GKL은 10.8% 급락했고, 롯데관광개발은 장중 1만930원까지 밀리며 신저가를 새로 썼다. 다음 날에도 롯데관광개발과 파라다이스는 2%대 추가 하락했고, 증권사들은 곧바로 목표주가를 내렸다.
두 달이 지나도록 주가는 제자리다. 8월 실적이 공시된 뒤인 9월 3일 파라다이스는 9,820원에 마감해 폭락 당일 종가 1만450원보다도 낮았고, 2월 10일 2만1,250원이던 주가는 절반 아래로 내려왔다. GKL은 9,390원으로 52주 최고가 1만7,700원의 절반 수준이며, 롯데관광개발만 장중 1만2,970원으로 폭락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KB증권은 9월 2일 롯데관광개발 목표주가를 2만8,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낮추면서 매출 3,000억원 이상 구간에 15%가 신설된다는 가정을 기본 시나리오로 삼았다.
| 구분 | 7월 15일 종가(낙폭) | 9월 3일 |
|---|---|---|
| 파라다이스 | 1만450원(-13.5%) | 9,820원 |
| 롯데관광개발 | 1만1,800원(-14.6%) | 1만2,970원(장중) |
| GKL | 9,180원(-10.8%) | 9,390원 |
파장은 자금조달로 번졌다. 롯데관광개발 전환사채에 700억원을 투자한 기관투자자는 주가가 전환가액 1만2,762원을 밑돌자 7월 말 보유 물량 절반에 대해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했고, 회사는 8월 3일 350억원어치를 만기 전에 사들여 소각하기로 공시했다. 이장성 롯데관광개발 재무담당 이사는 8월 4일 업계 간담회에서 대주단이 기금 세율이 오르면 리파이낸싱이 가능할지 문의해 오고 있다며 “실제 관광진흥기금 납부 비율이 상향되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요는 아직 견조, 그러나 ‘중국’이 빠지고 있다
수요만 놓고 보면 황금기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 집계로 7월 방한 외래객은 209만3,223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0.8% 늘어 월간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중국인이 77만6,639명으로 29.0% 늘며 가장 많았다. 2025년 9월 29일 시작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는 당초 올해 6월 30일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12월 31일까지 연장됐다.
카지노 실적도 외형은 커지고 있다. 파라다이스의 8월 카지노 매출은 1,049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2.1% 늘어 월간 사상 최대였고, 드롭액은 6,805억원으로 3.7% 증가했다. 롯데관광개발과 GKL도 8월 드롭액이 각각 19.7%, 7.2% 늘었지만 홀드율이 낮아 순매출은 롯데관광개발이 7.5% 증가, GKL이 11.3% 감소로 엇갈렸다.
문제는 그 드롭액의 국적 구성이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파라다이스의 8월 일본 VIP와 기타 VIP 드롭액은 모두 늘었지만 중국 VIP 드롭액은 1,002억원으로 12.0% 줄었고, 회사가 중국보다 일본과 기타 VIP 영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붙었다. 파라다이스 전체 드롭액에서 중국 VIP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분기 16.7%에서 8월 14.7%로 낮아졌다.
| 구분 | 8월 드롭액 | 전년 동월 대비 |
|---|---|---|
| 일본 VIP | 2,990억원 | 3.1% 증가 |
| 기타 VIP | 1,594억원 | 3.9% 증가 |
| 중국 VIP | 1,002억원 | 12.0% 감소 |
| 전체 | 6,805억원 | 3.7% 증가 |
황금기의 끝인가, 조정의 시작인가
세 경고등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지 않다. 수요 지표는 여전히 역대 최대이니 무너진 것은 손님이 아니라 이익 전망과 정책 신뢰이고, 기금 인상은 아직 법안도 시행령도 없는 검토 단계이며, 대사관 서한은 외교 채널의 공식 항의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여름이 남긴 변화는 되돌리기 어렵다. 첫째, 매출의 15%라는 숫자가 정부 계획에 등장한 이상 시행령이 고매출 구간의 문턱을 어디에 긋느냐가 3사의 이익 방향을 결정하게 됐다. 둘째, 중국 정부가 출국 관광객 교육 강화를 공언한 만큼 중국 VIP 드롭액의 추가 감소 여부가 달마다 시험대에 오른다. 셋째, 다올투자증권이 내다본 대로 9~10월 중국·일본 연휴 효과가 지나면 11월부터 비수기가 시작돼 주가를 떠받칠 단기 재료가 마땅치 않다.
방한객이 역대 최대인 해에 카지노주가 반토막 난 것은, 시장이 이 산업의 미래를 손님 수가 아니라 정부와 베이징의 결정에서 찾고 있다는 뜻이다. 황금기의 종언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비용은 서울이 올리고 고객은 베이징이 흔드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한국 카지노가 누려 온 성장의 공식은 다시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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