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 호텔 카지노, 6월 이틀간 마킹카드 블랙잭으로 중국인 3명에 1억여원… 대표 등 6명·법인 송치
- 이상 징후 잡은 건 기구 점검 아닌 매출 데이터… 제주도·국과수 공동개발 관리시스템
- 사기죄에 관광진흥법 변조기구 조항 병존… 행정처분 기준은 1차 사업정지 3개월, 2차 허가취소
- 대구 사건은 44억 미수에도 1·2심 전원 집행유예, 범행서 항소심까지 9년
제주 서귀포시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표시가 된 카드(마킹카드)로 중국인 관광객을 속여 1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카지노 대표와 딜러 등 6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제주경찰청은 사기 등 혐의로 이들을 9월 3일 불구속 송치했다고 9월 11일 밝혔다. 카지노 운영 법인도 종업원의 위반을 막을 주의·감독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양벌규정으로 함께 넘겨졌다.
7월에 한국인 딜러 2명을 입건하는 데서 출발한 수사는 두 달 만에 50대 대표를 포함한 6명과 법인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경찰은 6명이 미리 짜고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건은 제주도가 매출 자료에서 이상 징후를 잡아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고, 제주도는 경찰 수사 결과가 넘어오면 곧바로 행정처분 절차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바카라 집에서 블랙잭 매출이 튀었다
혐의의 무대는 6월 7일과 8일 이틀간의 블랙잭 테이블이다. 딜러 등은 뒷면이나 가장자리에 남긴 미세한 표시로 어떤 카드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게 한 이른바 마킹카드로 중국인 관광객 3명을 상대했다. 이틀간 카지노 측이 거둔 수익은 1억여원이다. 경찰이 확보한 마킹카드의 표시는 감정 장비 없이도 눈으로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업장은 드림타워처럼 큰 카지노가 아니라 도내에서도 작은 축에 드는 곳으로 전해졌다. 이곳 매출은 평소 바카라가 주를 이루는데, 해당 이틀은 블랙잭이 이례적으로 많이 돌아갔다. 제주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카지노는 7일 바카라에서 한 중국인 관광객에게 5,000여만원을 잃은 뒤 다른 중국인 3명과 블랙잭을 진행했다. 업계에서 블랙잭은 바카라만큼 큰돈이 오가지 않고 하우스 수익도 작은 게임으로 분류된다.
이상 징후를 잡은 것은 제주도의 일일 매출 분석이었다. 제주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2019년 9월 ‘카지노 운영상황 관리시스템’을 개발해 도내 업체에 보급했다. 수기로 받던 매출 보고를 전산화한 체계다. 제주도는 6월 초 이 시스템에서 해당 블랙잭 테이블에 평소 수준을 벗어난 수익이 잡힌 것을 확인하고 현장 점검에 나섰다. 표시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마킹카드를 증거물로 거둬들이고, 마킹카드가 보관소에서 나와 테이블에 오르고 게임에 쓰이기까지의 과정을 찍은 CCTV도 제출받았다.
제주도가 제주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6월 24일이다. 당시 제주도 관계자는 마킹카드 사용 사실만 확인돼도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누가 어떤 경위로 고의를 갖고 썼는지는 조사로 가려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카지노 내부 영상과 물증을 넘겨받아 마킹카드에 표시가 들어간 경로와 누가 관여했는지를 추적했다. 7월 20일 한국인 딜러 2명을 입건했고, 9월 3일 대표까지 포함한 6명과 법인을 송치했다. 블랙잭 테이블에 앉았던 중국인 3명은 속은 줄도 모른 채 한국을 떠난 뒤였다.
제주도는 2026년 상반기 감독계획에서 도내 카지노 8곳에 감독관을 전담 배정하고, 카드셔플기와 전자슈 점검을 새로 추가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드러낸 것은 기구 점검이 아니라 매출 데이터의 이상 패턴이었다.
사기죄만 걸린 게 아니다

경찰이 밝힌 죄명은 ‘사기 등’이다. 여기서 ‘등’과 법인 송치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형법의 사기죄에는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없다. 법인이 양벌규정으로 넘겨졌다는 것은 양벌규정을 둔 다른 법률의 위반 혐의가 함께 붙었다는 뜻이다.
카지노 영업을 규율하는 관광진흥법 제85조가 그런 규정이다. 법인의 대표자나 종업원이 법인 업무에 관해 위반행위를 하면 행위자 외에 법인에도 벌금형을 과하고, 법인이 위반을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을 때만 면책한다. 경찰 발표에 나온 ‘주의와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은 이 조항의 문구다.
관광진흥법 제28조는 카지노사업자와 종사원이 법령을 위반해 카지노기구나 시설을 변조하거나 변조된 기구·시설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마킹카드 역시 이에 포함된다.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며 둘을 함께 매길 수 있다. 형법 사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 형을 가중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1억여원인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구 골든크라운 사건이 보여주는 것
합법 카지노의 임직원이 외국인 고객을 상대로 게임을 조작한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대구의 외국인전용 카지노 골든크라운(호텔 인터불고 대구)의 전·현직 임직원 12명은 마킹카드 대신 사전에 순서를 배열한 ‘약카드’와 카드 순서를 바꾸는 ‘밑장치기’ 수법으로 바카라 승패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그 항소심 결과가 제주경찰청 발표 하루 전인 9월 10일 공개됐다.
1심을 맡은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종길)는 2025년 2월 12일 12명 모두에게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붙인 징역형을 선고했다. 회장 등 임원 3명은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사회봉사 160~200시간, 영업이사·과장·계장·딜러 등 9명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부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까지다.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기소된 부분에 대해 실행의 착수는 인정되지만 기수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고 형법상 사기미수죄로 유죄를 인정했다. 양형 이유로는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전문적 범행이라 죄질이 나쁘고,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으며, 피해 회복 노력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사기도박 일부가 미수에 그쳐 실제로 취득한 이득이 없다는 점은 유리하게 참작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대구고법 형사2부(고법판사 원호신)는 회장 A씨(64)를 뺀 나머지 피고인들의 항소도, 이들에 대한 검사의 항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경우 이미 확정된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판결과 함께 형을 정해야 하는 경합범 관계여서 유죄 부분을 직권으로 다시 판단했으나, 형량은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이었다. A씨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업무상횡령 부분을 뒤집으려던 검사의 항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씨와 C씨에게는 고객에게 줄 콤프 명목으로만 쓰게 돼 있는 법인 기프트카드 2억3,380만원어치를 732차례 빼내 블랙딜러 특별수당과 직원 격려금 등에 쓴 횡령 혐의도 적용돼 있었다.
항소심은 1심이 카지노 게임 영상 등을 증거로 받아들인 것이 정당하다고 봤다. 미리 배열해 둔 카드와 ‘4·8 약카드’ 규칙, 관련자들의 진술을 맞춰 보면 밑장치기가 실제로 이뤄졌고 피고인들이 이를 함께 꾸미거나 거들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범행의 수법과 규모, 가담 인원, 피해 금액에 비춰 실질적 운영진과 실행조직, 블랙딜러의 “공모와 지시 및 협업 없이 일련의 범행이 이뤄졌다고 상정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 구분 | 대구 골든크라운 사건 | 제주 A카지노 사건 |
|---|---|---|
| 범행 시기 | 2017년 7월·9월 | 2026년 6월 7~8일 |
| 게임·수법 | 바카라, 사전 배열 ‘약카드’·밑장치기, 블랙딜러 투입 | 블랙잭, 뒷면·가장자리에 표시한 마킹카드 |
| 피해자 | 중국 국적 VIP 2명, 일본인 고객 | 중국인 관광객 3명 |
| 금액 | 44억5,987만원 미수, 5,448만7,000원 편취 | 1억여원 편취 |
| 사법 처리 인원 | 임직원 12명(2022년 6월 불구속 기소) | 대표 등 6명·법인(2026년 9월 3일 불구속 송치) |
| 적용 법조 | 특경법 사기 기소 → 형법 사기미수 유죄 | 사기 등, 법인은 양벌규정 |
| 진행 상황 | 1심(2025년 2월)·2심(2026년 9월) 전원 집행유예 | 검찰 송치, 제주도 행정처분 예정 |
두 사건은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눈에 띈다. 대구는 편취액 대부분이 실질 이득 없는 미수였고, 제주는 1억여원이 실제로 카지노 수익으로 잡힌 기수다. 대구 법원이 불리한 정상으로 꼽은 피해 회복 노력의 부재는 제주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피해자인 관광객 3명은 이미 출국해 있다.
증거의 성격도 다르다. 대구에서는 영상의 증거능력과 공모 여부가 항소심까지 다퉈졌다. 제주는 육안으로 보이는 마킹과 카드 보관에서 게임까지 이어지는 CCTV가 물증으로 확보돼 있고, 경찰도 사전 공모로 판단했다.
시간은 대구가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교훈이다. 범행에서 항소심 선고까지 9년, 기소에서 1심 선고까지만 2년 8개월이 걸렸다. 제주는 범행 석 달 만에 송치됐고, 제주도는 수사 결과를 넘겨받은 뒤 조만간 처분하겠다는 입장이다. 형사재판의 결론보다 행정처분이 먼저 나오는 순서다.
관건은 제주도의 처분
제주도 내 카지노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제주도가 허가하고 감독한다. 점검 권한과 함께 영업정지·허가취소까지 내릴 수 있는 처분권도 제주도에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카지노업 관리 및 감독에 관한 조례 제30조는 제주특별법 제244조와 관광진흥법 제35조에 따라 도지사가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관광진흥법 제35조가 준수사항 위반에 허용하는 처분은 허가 취소, 6개월 이내의 전부 또는 일부 사업정지, 시설·운영 개선명령이다.
수위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의 처분 기준표가 정한다. 마킹카드 등의 변조된 카지노기구·시설을 사용한 경우는 1차 위반에 사업정지 3개월, 2차 위반에 허가취소로, 내국인을 고의로 입장시키거나 총매출액을 누락해 기금 납부액을 줄이는 행위와 같은 가장 무거운 등급이다. 카지노업은 최근 3년 안의 같은 위반이 차수에 반영된다.
기준표에는 감경 조항도 있다. 위반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사소한 부주의로 인정되는 경우, 위반 정도가 경미해 소비자 피해가 적은 경우, 5년 이상 모범적으로 영업해 온 사업자의 첫 위반인 경우, 검사의 기소유예나 법원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사업정지 기간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경찰이 사전 공모로 봤다는 점에서 첫 번째 사유를 원용하기는 어렵고, 기소유예·선고유예 여부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나와야 정해진다. 관광진흥법은 사업정지가 이용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정지 처분을 2,000만원 이하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두고 있다.
제주도는 6월 조사 착수 당시 위법이 확인되면 행정조치와 함께 형사고발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카지노는 7월 딜러 입건 시점까지 영업 제한을 받지 않은 채 문을 열고 있었다. 사업정지인지, 취소나 과징금인지는 제주도가 기준표의 원칙과 감경 사유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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