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카지노를 덮친 악재 탓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마카오 카지노 산업에 빨간색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마카오는 여의도의 3배 크기인 32㎢ 면적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곳엔 35,000개 이상의 호텔 객실, 25개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 있으며,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도 30개나 됩니다.
마카오의 카지노 매출은 2008년 세계 최고의 카지노 도시인 라스베이거스를 추월했습니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터진 2019년까지 큰 호황을 누리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은 1년 매출만 44조 원에 달합니다. 마카오 국내총생산(GDP)의 8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카지노는 마카오의 기간 산업입니다.
그런데 최근 2년 새, 마카오 카지노 경기가 차갑게 식어버렸습니다. 시티 그룹에 따르면, 마카오 카지노의 2021년 11월 첫 3주 동안의 하루 평균 매출은 약 360억 원입니다. 코로나 이전 하루에 1,200억 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입니다. 현재 마카오 카지노에 암운을 드리운 원인은 크게 3가지입니다.
- 코로나 방역을 위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령으로 줄어든 관광객
- 현지 카지노 법안 개정
- 중개업소 집중 단속
규제 폭탄에 하루 사이 시가총액 23조 증발
마카오 카지노를 덮친 악재 중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법안 개정을 통해 마카오 카지노를 압박하는 중국 정부입니다. 현재 마카오에서 합법적으로 카지노를 운영하는 업체는 모두 6곳입니다.
- 마카오 현지 카지노 기업 SJM 홀딩스
- 마카오 현지 카지노 기업 멜코 크라운
- 마카오 현지 카지노 기업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 미국 기업 윈 마카오
- 미국 기업 샌즈 차이나
- 미국 기업 MGM 차이나
이들은 2002년 현지 정부로부터 20년 영업 허가를 받은 곳으로, 마카오 내 이들의 사업장은 모두 42개에 달합니다. 이 허가권은 2022년 6월에 만료됩니다. 원래 카지노 라이센스는 큰 문제 없이 연장이 가능한데,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호락호락 갱신해주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작년 9월 마카오 정부는 돌연 카지노 관련 법안 개정에 착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지노 법안의 개정안이 공개되자, 마카오의 카지노 기업은 모두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카지노 기업에 마카오 정부 대표를 파견해, 이사회 및 주주 총회에 참가할 권한 부여
- 외국계 카지노 기업의 마카오 현지인 지분 상승 권고
- 주주 배당금을 지급하기 전, 마카오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만 가능
- 카지노 라이센스 갱신시 조건 검토 후 수락
이 법안의 골자는, 한 마디로 마카오 카지노에 대한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배당금 지급 관련 안건은 사실상 미국 기업인 윈 마카오, 샌즈 차이나, MGM 차이나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카오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보내지 말고 마카오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속셈입니다.
게다가 카지노 라이센스 갱신시 조건을 검토한다는 말은, 순순히 갱신해주지 않는 동시에 라이센스의 기간을 보다 짧게 설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개정안이 발표되자마자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이들 6개 기업의 주가가 폭락했으며, 하루 새 24조 원에 가까운 시가 총액이 증발했습니다. JP모건의 한 증권 전문가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카지노 법안 개정이 마카오 카지노에 대한 투자에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마카오 카지노를 덮친 악재, VIP고객 실종
카지노 법안 개정과 아울러, 2021년 11월 27일에는 또 한 번 마카오 카지노에 초대형 폭풍이 들이닥쳤습니다. 마카오 경찰이 마카오 카지노의 왕이라 불리는 선시티(太陽城) 그룹의 창업자, 앨빈 차우(周焯華)를 원정 도박 알선 등의 혐의로 구속한 것입니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앨빈 차우의 구속은 카지노 법안 개정보다 더 큰 충격을 불러올 것을 예상됩니다. 앨빈 차우를 구속했다는 사실 자체가 마카오 카지노의 VIP 정킷 사업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정킷 사업이란 카지노에 VIP 고객을 데리고 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사업입니다. 이들은 VIP 고객에게 항공권과 최고급 스위트 룸을 선사하고, 대출업자와 연계하여 도박 자금을 융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객을 알선한 대가로 VIP 고객이 베팅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챙깁니다.
정킷은 마카오 카지노의 주요 수익원으로서, 이들이 즐기는 VIP 바카라는 마카오 카지노 매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매년 3조 6천억 원에 달하는 VIP 매출의 75% 가량이 정킷 사업을 통해 나온다고 합니다. 앨빈 차우의 구속은 중국 정부가 이제 정킷 사업을 본격적으로 단속하기로 나섰다는 신호탄인 것이지요.
JP모건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앨빈 차우의 선시티 그룹은 마카오 카지노 최대의 정킷 사업자로,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합니다. 2019년에는 전체 마카오 카지노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비율입니다. 앨빈 차우가 구속됨에 따라, 마카오 카지노의 VIP 매출은 현 35%에서 곤두박질 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아울러 2023년 마카오 카지노의 VIP 점유율 역시 4% 가량으로 급감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물론 마카오의 카지노 사업자는 공식적으로 정킷 사업자와 관계 없습니다. 매출 증대를 위해 일종의 외주 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킷 규제는 마카오 카지노를 덮친 악재 중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합니다. 안젤라 한리(Angela Hanley)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는 중국의 정킷 사업 규제로 인해 마카오 카지노의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34%, 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앨빈 차우 구속 이후 마카오 카지노의 VIP 룸은 손님이 방문하지 않아 텅 빈 상태로 유지 중이라고 합니다.
공동부유 외치는 시진핑, 마카오 카지노는 필요악
잇따른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는 시진핑 주석이 주장하는 ‘공동부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진핑은 2021년 중국 모두가 부유해지는, 이른바 ‘공동부유’를 주요 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 입장에선 돈 많은 VIP 고객을 선별적으로 유치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는 마카오 카지노가 눈엣가시였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마카오는 카지노 산업으로 엄청난 부를 일군 사람들이 많지만, 반대로 극심한 빈부 격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카지노 컨설팅 업체는 iGamiX에 따르면, 마카오의 1인당 GDP는 1992년 12,352 달러에서 2020년 71,924 달러로 올라간 반면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마카오 카지노가 중국 본토의 부자들이나 부패한 관료의 ‘검은 돈’이 흘러 들어가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마카오는 중국 본토처럼 1인당 외화 송금 액수에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중국 본토의 외환 송금 액수는 1인당 5만 달러로 제한돼 있는데, 마카오는 이런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입니다.
따라서 부패한 관료를 축출하려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돈 세탁의 창구이자 탈세 수단인 마카오 카지노가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마카오 카지노를 통한 자금 흐름에 경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마카오 카지노의 도박 자금에 디지털 화폐를 강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투명한 자금 흐름을 위한 조치가 강화될 수록, 장기적으로 마카오 카지노의 자금 흐름은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非카지노 부문 거액 투자, 빚 폭탄 부메랑으로
이렇게 마카오 카지노를 줄줄이 덮친 악재에도 불구하고, 카지노는 변함 없는 마카오의 기둥 산업으로서 필요악과 같은 존재입니다. 사실 카지노가 사라지면, 마카오는 더 이상 아무런 성장 동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카지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관광 자원을 개발하여 마카오를 가족 단위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는 관광 도시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라스베이거스에 비해 카지노는 복합 리조트가 아닌 카지노 집중형 도시 성격이 짙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카지노 업체에게 카지노 이외의 다른 관광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압박을 넣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오픈한 더 파리지앵 마카오, MGM 코타이 리조트, 센즈코타이 센트럴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마카오도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초대형 복합 리조트로 변신하기 위한 과도기인 셈입니다. 그러나 이는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합니다. 마카오 카지노 경기가 호조를 띄고 있을 때는 투자 회수 기간이 1년에 불과했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가 가능했습니다.
2004년 개장한 샌즈 마카오는 총 3,000억 원을 투자했고, 이를 회수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고작 1년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초 윈 마카오의 윈 팰리스, 샌즈 차이나의 더 파리지앵 마카오 등은 10년 이내로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고 합니다. 이 모든 계획이 코로나로 인한 장기 불황으로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된 셈이지요. 블룸버그의 한 전문가는 마카오 카지노 경기 전망이 어둡다며, 다시는 경험하기 힘든 절호조의 시기를 위해 투자한 셈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투자는 코로나 사태와 겹쳐 거액의 빚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복합 리조트 건설을 위한 마카오 카지노 기업의 부채는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마카오 카지노 기업의 부채는 34조 원에 달합니다. 그 동안 발행한 모든 누적 채권의 80%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2024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채권 대부분의 상환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을 봤을 때, 마카오 카지노의 경기 불황은 큰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마카오 카지노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세계적인 신용 평가 업체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윈 마카오와 멜코 크라운의 신용 등급을 낮추기까지 했습니다.
마카오 카지노를 덮친 악재 해소는 봉쇄령 해제가 급선무
이렇게 줄줄이 마카오 카지노를 덮친 악재 탓에 마카오 카지노 경기 전망 역시 어둡습니다. 11월 S&P 글로벌이 1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33% 가량의 응답자가 2024년까지 마카오 경기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 속에 마카오 카지노 기업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발발 이후 지난 2년 동안 마카오의 6개 카지노 기업 BI 지수는 반토막 나고 말았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마카오 카지노에 있어 시급한 것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를 해제하는 것입니다. 국경 봉쇄령이 해제되면, 짧게나마 마카오 카지노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머지는 봉쇄령 해제 이후에 대처할 문제라는 것입니다.
시장 정보 업체 번스타인 리서치의 비탈리 우만스키(Vitaly Umansky)는, 중국 본토와 홍콩 관광객의 입장 제한이 풀리면 마카오 카지노 매출 역시 2022년 말~2023년 초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마카오 카지노 법안이 확정되면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장기적으로 마카오 카지노의 건전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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