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데믹 이후 황금기 끝나가는 라스베이거스, 해외 방문객 발길 끊기며 위기 신호
- 카지노와 컨벤션까지 동시 위축,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져
- 고물가와 캐나다 관광객 감소, 온라인카지노로 인한 수요 감소까지 3중고 놓여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큰 침체를 겪고 화려하게 부활한 것으로 알려진 라스베이거스에 작년부터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카지노와 호텔이 몰려 있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한복판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거리로 꼽히고 여전히 밤을 밝히는 불빛으로 가득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세한 균열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외교 갈등으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 고물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방문객 감소와 각종 이벤트 축소, 그리고 온라인카지노 이용자 급증에 따른 카지노 수요의 감소까지 라스베이거스의 불빛을 위협하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거리의 네온사인은 여전히 화려하지만, 거리를 걷는 관광객의 밀도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엔데믹 이후 완벽히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통계와 달리, 현장의 호텔 직원과 카지노업 종사자들은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카지노 매출은 수치를 유지하지만 내부에서는 손님이 줄었다는 사실을 확연히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중소 규모 카지노는 카지노 게임 테이블 수를 줄이고, 인력 감축에 나섰습니다. 손님이 줄어든 데다 지금의 손님들도 예전에 비해 돈을 덜 쓰며 딜러의 팁 수입이 반토막 났습니다. 호텔 컨벤션의 예약률도 엔데믹 이후 처음으로 하향세를 나타냈습니다.
관광객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는 것은 통계로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관광청(LVCVA)’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했으며, 하락세는 2026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엔데믹 이후 반짝이던 리오프닝의 기세는 꺾인지 오래이며, 미국의 많은 언론들 역시 도시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사람들의 불안감도 높아지는 중입니다.
카지노와 카지노 외 분야까지 모두 침체

최근 이 곳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가격 상승입니다. MGM 그랜드 호텔 직원은 “고객들 중 절반은 ‘요즘 왜 이렇게 비싸졌느냐’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평균 숙박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리조트 숙박비와 주차비, 음식 값까지 더하면 2박 3일 총 여행 비용이 일반 중산층 가족 여행의 범위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카지노로 큰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카지노 외 모든 분야를 저렴하게 책정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이러한 체류 비용 상승은 관광객을 라스베이거스로부터 밀어내고 있습니다. ‘네바다주 게임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라스베이거스 지역 카지노의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미미해 보이는 탓에 매출은 위기라고 보기엔 이를지 모르나, 현장에서는 손님이 확연히 줄었다고 느낍니다. 한 호텔 관계자는 “관광객은 줄어들었지만, 가격 인상 덕분에 매출을 유지하는 중”이라 귀띔했습니다.
파크 MGM 호텔 관계자는 “1일 120달러의 방에 각종 수수료가 붙어 250달러가 됐기 때문에 매출을 유지할 뿐이며, 가격 인상 탓에 중간층 고객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카지노를 찾은 일반 방문객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현장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항공 요금과 체류 비용이 모두 증가하며,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 관광객’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카지노와 함께 또 다른 매출의 핵심 축인 컨벤션(MICE) 산업도 덩달아 침체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F1 그랑프이와 슈퍼볼 등의 각종 스포츠 이벤트와 아티스트 콘서트, 대형 컨벤션 센터로 큰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주요 이벤트의 참석자 수가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지난 2월 열린 의료기기 박람회 ‘메드테크 엑스포’에서는 참가 기업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으며, 전시장 공간을 다 채우지 못 해 외국인 바이어를 위한 통역 부스도 절반만 운영됐습니다.
최근에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NAB(전국방송협회)’ 등의 대형 박람회가 개최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대형 이벤트를 제외한 중소 규모 이벤트입니다. 중소 규모 비즈니스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으며, 개최지를 변경하거나 온라인 개최로 전환 중입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관계자는 “참가비와 항공료, 숙박비까지 모두 치솟다 보니 기업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한국과 캐나다, 일본 등 해외 바이어들의 참석률이 15~20% 가량 줄어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올해 대형 호텔의 컨벤션 수익이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광 및 엔터테인먼트, MICE 산업 의존도가 70%를 넘어서는 네바다에서 관광객이 줄자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 호텔 직원은 “아직 불황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고비용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유지비를 감당하려면 호텔 객실이 공실로 남더라도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지금의 침체는 단순히 비수기에 의한 계절적 요인이 아니라, 과거와 달리 체류 비용이 상승한 도시가 맞이한 구조적 한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던 곳이 고급화되며 체류 비용이 상승하자, 기존의 중저가 소비층이 배제되고 있는 셈입니다. 24시간 불빛이 꺼지지 않는 곳, 낮보다 밤이 화려한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찬란하지만, 그 속의 온기는 예전과 같이 냉기를 띄고 있습니다.
외교 갈등으로 최대 고객 캐나다 관광객의 이탈
라스베이거스가 위기를 맞게 된 또다른 원인으로는 가장 높은 비중을 자랑하던 캐나다 관광객의 급감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습니다. 미국 내 긴축 기조와 고(高)환율도 원인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의한 무역 갈등, 캐나다 비하 발언 이후 양국 관계는 급격히 냉랭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분노한 캐나다인들은 미국 관광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파다합니다.
2025년 캐나다와 라스베이거스를 잇는 항공편은 전년 대비 18% 감소했으며,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캐나다 관광객은 비교적 체류 기간이 길고 1인당 소비 단가가 높아, 이들의 감소는 더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네바다 관광청은 “캐나다는 전통적으로 라스베이거스 최대 고객이었던 탓에, 이들이 돌아서면 한동안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관광 업계에 따르면 2024년까지 캐나다인이 가장 선호하는 단기 여행지는 라스베이거스가 1위였지만, 2025년 상반기에는 4위로 순식간에 밀려났습니다. 캐나다 관광객이 멕시코 칸쿤이나 캐나다 내 밴쿠버, 몬트리올 등 국내 관광으로 발길을 돌리자 라스베이거스 현지 분위기도 미묘해졌습니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한 캐나다 관광객은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빠짐없이 라스베이거스를 찾고 있지만, 요즘은 손님이 아니라 외부인 취급을 받는 기분”이라 토로했습니다.
온라인카지노의 급성장으로 인한 카지노 수요 감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카지노 산업이 급성장한 것도 오프라인 카지노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렸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딜러가 카지노 게임을 운영하는 테이블 앞에서 플레이어와 소통하며 게임을 즐기는 ‘체험’이 주요 상품이었습니다. 과거 딜러의 손짓과 표정을 감상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현장감은 라스베이거스 최대의 강점이었지만, 스마트폰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에서도 딜러와 소통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라이브카지노 플랫폼이 발전했습니다.
오프라인 카지노를 방문하지 않아도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모바일 디바이스 속에서 딜러와 대화하며 베팅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라이브카지노와 실시간 딜러 방송, 그리고 AI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게임 및 혜택은 오프라인 카지노를 방문해야 할 이유를 크게 감소시켰습니다.
온라인카지노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집에서 게임을 즐기고,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가 아닌 공연과 쇼 등의 엔터테인먼트를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플라밍고 카지노 호텔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젊은 관광객일수록 카지노를 직접 방문해야 할 동기 부여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소비 행태의 변화는 카지노를 핵심 수익원으로 하는 리조트의 매출 감소는 물론, 카지노 관광객이 이용하는 숙박 시설과 식음료 업장, 교통과 엔터테인트 시설 등에 연쇄적인 타격을 입혔습니다.
특히 AI의 눈부신 발전은 온라인카지노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AI는 플레이어의 게임 성향과 취약점, 베팅 성향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가장 오래 즐길 가능성이 높은 게임과 베팅 구조를 추천합니다. 방문객의 성향을 쉽게 꿰뚫기 어려운 오프라인 카지노가 가질 수 없는 장점입니다. 현지 카지노 관계자는 “온라인카지노는 24시간 쉬지 않고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있지만, 오프라인 카지노는 공간과 인력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AI를 활용해 베팅 중독 증상을 조기에 감지하고 개입하는 오프라인 카지노와 다르게, 온라인카지노는 오히려 중독을 심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절한 제어 장치가 없는 온라인카지노 특성상 베팅 중독을 더 쉽게 유발하며, 오프라인 카지노에 대한 수요는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이로 인해 라스베이거스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사람이 운영하는 카지노 게임 테이블 개수를 줄이고 있으며, 일부는 테이블을 모두 없애고 전부 슬롯머신으로 채우기도 합니다. 이는 곧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온라인카지노의 약진은 심지어 도시의 정체성마저 바꾸는 지경에 다다랐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단순한 카지노를 넘어 여행과 소비, 엔터테인트가 결합된 복합 관광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카지노가 사행성 게임을 카지노 영업장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한 ‘손 안의 소비’로 바꾸며, 라스베이거스가 제공하던 현장감은 매력을 잃고 있습니다.
온라인 베팅 산업의 발전은 카지노 뿐만 아니라 스포츠 베팅의 소비까지 변화시켰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코로나 이후 스포츠 베팅 시장에 많은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2024년 슈퍼볼과 F1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를 기점으로 스포츠 베팅 규모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정점으로 2025년부터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 스포츠 베팅 총액은 전년 대비 6.8% 감소했으며, NFL 시즌 중에도 성장세는 정체를 면치 못 했습니다.
이유는 역시 온라인 토토사이트의 발전 때문입니다. 스포츠 베팅이 경기장과 카지노 등의 현장에서 벗어나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이루어지며,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에 베팅하기 위해 굳이 라스베이거스를 찾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스포츠 베팅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플라밍고 호텔 마케팅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는 더 이상 카지노를 즐기기 위한 성지가 아니며, 글로벌 온라인카지노 플랫폼과 경쟁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회복의 희망과 소멸의 불안이 교차하는 현재

방문객 감소와 체휴 비용 상승, 온라인카지노의 공습이라는 삼중고에 놓인 라스베이거스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오프라인 카지노의 매력이 쇠퇴하는 만큼 스포츠 이벤트와 공연 이벤트, 미식으로 카지노 의존도를 낮추고 비(非)카지노 분야의 매출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동안 온라인카지노는 AI와 결합하여 이를 능가하는 속도로 발전 중입니다.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는 카지노 기업인 ‘라스베이거스 샌즈카지노(LVS)’가 라스베이거스를 완전히 떠나 마카오에서만 카지노를 운영하며, 뉴욕 카지노 입찰 경쟁을 포기한 것 역시 “온라인카지노를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 탓이었습니다.
이제 라스베이거스는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온라인카지노의 발달에 맞서기 위해 AI와 첨단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티’로 진화하자는 미래상을 앞세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감정과 흥분을 야기하는 오프라인 카지노의 쇠퇴가 도시 전체의 쇠퇴를 야기할 것이라 우려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대학교 관광정책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라스베이거스의 진짜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왜 사람들이 이 곳을 방문해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하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별다를 것이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시대가 변화하며 라스베이거스가 망한다는 이야기는 10년마다 나오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번성을 거듭해 왔기에 이번에도 버텨내면 결국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자신입니다. 오랫동안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 온 곳의 밑바닥부터 균열이 발생하고 있지만, 세계 카지노 산업의 수도를 밝히는 불빛은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믿음이기도 합니다.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는 현지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단기적인 위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안주하는 이들도 있는 복잡성이 이 도시의 특징이자 전통인 셈입니다. 온라인카지노와 AI, 스포츠 베팅과 스포츠 이벤트, 각종 쇼 콘텐츠가 뒤엉킨 상황에서 라스베이거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한 번 살아남을 것이라는 믿음과 저력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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