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투자리딩 조직이 555명에게서 가로챈 287억원, 국내 카지노 4곳에서 세탁
- 수표→칩→현금, 바카라 양방 베팅으로 손실 줄여… 하루 최대 20억~30억원 현금화
- 외국인 전용 카지노 출입이 가능한 영주권자와 VIP 회원을 환전책으로 포섭
- 경찰, 카지노 업체·문체부에 모니터링 강화 제안… FIU는 특금법 개정 추진 중
해외 투자사기 조직이 가로챈 피해금 287억원을 국내 카지노에서 게임 칩으로 바꾼 뒤 현금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세탁한 일당 54명이 공소청에 넘겨졌다. 금융당국은 카지노 이용객의 칩 구매·환전 내역을 모두 기록하게 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10월 15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국내 총책 A씨(50대·남) 등 54명을 검거해 14명을 구속 송치하고 4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검거 인원은 총책과 모집·환전·인출책 등 24명, 대포계좌 등 공급책 30명으로 나뉜다.
555명에게서 287억원, 카카오톡과 가짜 사이트로 유인

경찰 조사 결과 피해금은 투자리딩 사기로 가로챈 돈이었다.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에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권했고, 허위 사이트에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추가 입금을 끌어냈다. 이렇게 피해자 555명에게서 가로챈 금액이 287억원이다.
세탁은 국내 조직이 맡았다. 이들은 2025년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카지노 4곳에서 피해금을 게임 칩으로 바꾼 뒤 현금화했다. 피해금은 먼저 여러 계좌를 거쳐 VIP 회원이나 영주권자 명의의 계좌로 모였고, 인출책이 영업장 안 은행에서 수표로 찾아 전달책에게 넘겼다. 환전책은 그 수표로 칩을 산 뒤 게임을 거쳐 현금으로 바꿨고, 세탁한 현금은 영업장 안의 별도 장소에서 주고받았다.
양방 베팅으로 손실을 줄인 방식
환전책은 수표로 산 칩 가운데 일정 금액을 베팅한 뒤 남은 칩을 현금으로 바꿨다. 베팅은 바카라에서 플레이어와 뱅커 양쪽에 돈을 거는 이른바 ‘양방 베팅’이었다. 양쪽에 같은 금액을 걸면 한쪽은 반드시 적중하므로, 뱅커 베팅이 이겼을 때 떼는 수수료만 손실로 남는다. 이 방식으로 하루 최대 20억~30억원을 현금화했다.
당초 이들은 카지노 전용 계좌로 피해금을 이체한 뒤 칩을 받았다. 그러나 강원랜드의 전용 계좌가 지급정지되는 등 그 방식이 막히자 수표로 바꿨다.
영주권자를 모집한 이유
영주권자를 VIP 회원과 함께 환전책으로 포섭한 것은 카지노 출입 자격 때문이다. 관광진흥법 제28조 제1항 제4호는 카지노사업자가 내국인을 입장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해외이주법 제2조에 따른 해외이주자는 예외로 둔다. 국내에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강원랜드 한 곳뿐이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들어갈 수 있는 내국인은 해외이주자뿐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칩을 사고 게임을 하려면 영주권자가 필요했다.
모집은 ‘콜뛰기’로 불리는 불법 유상 운송업 종사자를 통해서도 이뤄졌다. 이들 6명은 모집책이나 인출책으로 가담했는데, 그중 한 명은 손님으로 만난 총책과 친분을 쌓은 뒤 주변 기사들에게 수당을 제시해 끌어들였고, 운행 중 알게 된 영주권자 등에게도 고액 수당을 내걸어 환전책과 인출책으로 모집했다.
수배 중 범행 이어간 총책, 1명은 이미 징역 1년 8개월
조직은 총책 A씨를 중심으로 모집책·환전책·인출책·전달책으로 역할을 나눴다. A씨는 해외 조직과 연락하며 범행 전반을 관리하고 세탁한 자금을 해외로 보내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2024년 8월쯤 대포통장을 이용한 다른 자금세탁 혐의로 지명수배된 상태에서 대포폰과 대포차를 쓰며 도피하다 붙잡혔다.
검거된 조직원 중 수배자는 A씨를 포함해 3명이었다. 1명은 10년 전 같은 종류의 범죄로 수배된 뒤 8년간 도피하다 공소시효 만료를 2년 앞두고 검거됐고, 다른 1명은 벌금과 도피 자금을 마련하려고 범행에 가담했다. 조직원 가운데 40대 남성 1명은 먼저 기소돼 2026년 9월 부산지법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특별법 위반과 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현금 1억1,100만원과 명품, 휴대전화·PC 등 전자기기 50여 대를 압수했다. 피의자 소유 부동산 등 3억9,000만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서는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해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았다. 경찰은 해외 투자사기 조직과 연결된 공범을 계속 추적한다.
경찰은 모니터링 강화 제안, 금융당국은 특금법 개정 추진
경찰은 카지노 업체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고액 베팅과 현금 출금, 고객 거래·출입 내역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제안했다. 카지노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상 금융회사등에 포함돼 고객확인과 의심거래보고 의무를 지지만, 현행 고객확인은 300만원 이상의 일회성 칩 거래에 적용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28년 3월로 예정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제5차 상호평가에 대비해 연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공유된 검토안에는 이용객별 게임 일자와 칩 구매·환전 내역을 빠짐없이 전산 보관하는 방안이 담겼다. 강원랜드와 폐광지역 단체, 지역구 국회의원은 고객 이탈과 지역경제 위축을 이유로 개정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액의 수수료를 미끼로 현금이나 수표 인출 등을 요구할 경우 범죄 관련 자금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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