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 강모 씨 송치받아 보완수사
- 2023년 바카라 양방베팅 13억원대, 루징금 약 3억원
- 허위 송금 내역으로 지급명령 신청, 정본 가로채 유령법인 계좌 압류
- 경찰, 2020년 4월부터 36억원 규모 소송 사기 추가 파악… 6억원은 미수
불법 온라인 카지노에서 손실 없는 베팅으로 수억원을 받아낸 뒤, 법원에 허위 지급명령을 신청해 온라인 카지노 측 계좌까지 압류한 일당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9월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고은별)는 강모(49) 씨를 경찰에서 송치받아 보완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강씨에게 온라인 카지노에서 상습적으로 베팅한 혐의(형법 제246조 제2항)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적용했다.
강씨 일당은 자신들의 계좌로 보낸 돈을 온라인 카지노 측에 빌려준 돈처럼 꾸며 지급명령을 받아냈고, 법원이 보낸 지급명령 정본을 중간에서 가로채 상대방의 이의신청을 막았다. 온라인 카지노 측은 불법 영업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대응에 나서지 못했고, 일당이 요구한 돈을 지급했다.
양방베팅 40차례, 루징금 약 3억원
강씨 일당은 2023년 1~7월 온라인 카지노의 바카라 게임에 40차례 참여하면서 ‘양방베팅’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온라인 카지노의 바카라는 해외 카지노에서 진행되는 게임을 생중계로 보면서 뱅커와 플레이어 가운데 이길 쪽에 돈을 거는 방식이다. 강씨 일당은 두 사람이 한 조가 돼 한 사람은 뱅커에, 다른 사람은 플레이어에 걸었다. 한 사람이 잃으면 다른 사람이 따므로, 두 사람의 원금은 온라인 카지노에 내는 0.5~2%의 참가 수수료만큼만 줄었다.
수익은 ‘루징금’에서 나왔다. 루징금은 온라인 카지노가 이용자를 모으려고, 이용자가 잃은 돈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돈이다. 강씨는 온라인 카지노 총판들과 관계가 있어 자신이 데려온 이용자에 대해 최대 40%의 루징금 비율을 약속받았다. 강씨 일당은 이 방식으로 13억원대의 바카라 게임을 하면서 원금을 잃지 않았고, 루징금으로 약 3억원을 받았다.
자기 계좌로 보낸 돈을 대여금으로 꾸며 지급명령 신청
강씨 일당은 온라인 카지노에서 루징금으로 수익을 낸 데 그치지 않고, 게임에서 져 잃은 돈까지 받아내려 했다. 이들은 2023년 3월부터 9차례에 걸쳐 거래 내역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약 16억원을 온라인 카지노의 입출금 계좌들에 보낸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계좌로 돈을 보냈다.
인터넷 이체에서 ‘나에게 표기’ 항목은 송금인이 자유롭게 적을 수 있다. 강씨 일당은 이 항목에 온라인 카지노 입출금 계좌의 명의를 받는 사람인 것처럼 적어 넣었다. 온라인 카지노가 당시 입출금에 쓰던 계좌는 정상적으로 영업하지 않는 유령법인 8곳의 명의로 돼 있었다.
강씨 일당은 2023년 4월 서울북부지법과 서울동부지법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유령법인들이 돈을 빌려 가고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조작한 거래 내역을 근거로 냈다. 지급명령은 금전 등의 지급을 청구하는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내리는 결정이다(민사소송법 제462조). 같은 법 제467조는 법원이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지급명령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조 신분증과 ‘일일 배우’로 정본 가로채
법원은 강씨 일당이 신청한 지급명령의 정본을 채무자로 지목된 유령법인들의 사업장으로 송달했다. 사업장은 서울 중랑구와 강동구 등에 있었다. 강씨 일당은 이 법인들이 실제로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사업장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법인 대표자인 것처럼 꾸며 정본을 가로챘다. 정본을 배달하는 우체국 직원을 속이려고 위조 신분증을 만들었고, 법인 대표자가 여성이거나 젊은 남성인 경우에는 ‘일일 배우’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를 신청하면 지급명령은 효력을 잃는다(민사소송법 제470조). 이의신청이 없으면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같은 법 제474조). 유령법인들은 정본을 받지 못해 2주 안에 이의를 신청하지 못했다. 지급명령은 확정됐고 유령법인 명의 계좌들은 압류됐다.
대법원은 2004년 6월 24일 선고한 판결(2002도4151)에서, 허위 증거를 쓰지 않았더라도 허위 내용의 지급명령 신청이 법원을 속이기에 충분하면 사기죄의 기망 수단이 된다고 판단했다.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확정된 지급명령에는 같은 절차 안에서 불복할 방법이 없으므로, 채무자가 재심의 소나 청구이의의 소를 따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카지노 측은 뒤늦게 상황을 알았지만 강씨 일당이 요구한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영업 사실을 공개하기 어려웠고, 청구된 금액이 카지노 운영 수익에 비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사행 행위를 하는 장소나 공간을 연 사람은 형법 제24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공범 자수로 드러난 범행… 경찰, 36억원 규모 추가 파악
강씨 일당의 범행은 공범 A씨가 수사기관에 자수하면서 드러났다. A씨는 강씨의 중학교 동창으로 양방베팅과 소송 사기에 모두 가담했다. A씨는 “법원을 속인 데서 죄책감이 컸다”고 자수한 이유를 밝혔다.
A씨는 강씨 일당이 소송 사기를 저지르는 범죄단체를 조직했다며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강씨 일당이 “최소한의 통솔 체계를 갖췄거나 조직적 구조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범죄단체조직 혐의는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
경찰이 추가로 파악한 소송 사기는 36억원 규모다. 강씨 일당이 2020년 4월부터 같은 수법으로 받아내려 한 금액으로, 경찰은 강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36억원 가운데 6억원은 유령법인 계좌에 잔고가 없어 미수에 그쳤다. 강씨는 2023년 3월 이전에도 온라인 카지노들을 상대로 100여 차례 소송 사기를 했다고 주변에 스스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는 사기로 얻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형을 가중한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강씨에게 함께 적용된 형법 제246조 제2항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2024년 춘천지검 기소 사건도 정본 가로채기
춘천지검 형사2부는 2024년 7월 25일 지급명령 정본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회사 계좌에서 돈을 받아낸 일당 6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일당은 2023년 5월부터 11월까지 피해 회사와 이름이 같은 유령법인을 내세워 28개 회사를 상대로 99억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받아냈고, 피해 회사 계좌에서 16억6,000만원을 가져갔다. 법원이 송달한 정본은 피해 회사 사무실 근처에서 기다리다 가로챘다.
춘천지검은 당시 지급명령을 신청할 때 내는 계좌 명세에 법인 이름만 나오고 등록번호는 나오지 않으며, 회사 관계자인 척하면 별도 본인확인 없이 정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범행에 이용됐다고 밝혔다. 춘천지검은 법원행정처에 제도 개선 방안 검토를 권고하겠다고 했다. 이 권고가 제도에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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