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카지노 본격적인 합법화 움직임

동남아시아에 카지노가 존재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였던 태국이 카지노 설립을 허가하기 위한 움직임에 중요한 한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국회 하원이 태국 카지노 설립과 관련된 연구 보고서를 승인하며, 정부가 태국 카지노 설립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준 것입니다.

태국 카지노 설립을 위한 보고서 승인

2023년 1월 15일 태국 현지 매체인 ‘방콕 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국회 하원은 지난 12일 태국 주요 도시에 복합 리조트(IR) 건설을 허용하는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승인했습니다. 태국은 세계적인 관광 대국인 만큼 전국 각지에 휴양 리조트가 많이 존재하지만, 이번에는 쇼핑 단지, 놀이 시설을 포함한 복합 리조트 내에 카지노가 들어서는 것까지 승인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하원은 태국 카지노가 들어설 경우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가 매우 크다며, 찬성 310표 대 반대 9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보고서를 통과시켰습니다.

이번에 승인된 보고서는 2021년 12월 태국 국회가 카지노 단지 설립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한 ‘복합 유흥 단지 합법화 위원회’가 마련한 것으로, 해당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합법적으로 태국 카지노를 설립하기 위한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특별위원회 2부 의장이자 푸어타이당 소속 ‘삐쳇 추아무앙판(Pichet Chuamuangphan)’ 의원은 합법적인 태국 카지노 설립을 위해 도박을 금지하고 있는 법안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카지노 설립의 목적을 일자리 창출과 해외 관광객 유치, 세수 증대 및 불법 도박과 기타 범죄 억제 등 4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민간 투자자에게 복합 유흥 단지 건립을 허가해줄 것을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허가 받은 복합 유흥 단지는 카지노 총 수익(GGR)의 3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여러 개의 카지노를 설립할 경우 이를 통해 태국 정부가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은 매년 4,000억 바트(15조 원)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모든 단지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할지, 그리고 과세 부담에 대한 대체 방안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특별위원회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태국 5개 권역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를 건설하여 태국 전역에 만연한 불법 도박을 억제하는 동시에 세수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태국 카지노 설립을 위한 후보지는 수도 방콕과 푸켓, 파타야, 끄라비, 치앙마이, 치앙라이 등 주요 관광 도시로 구성된 5개입니다.

• 수도 방콕 (Bangkok, กรุงเทพมหานคร)
• 중앙 파타야 (Pattaya, เมืองพัทยา)
• 끄라비 (จังหวัดกระบี่)
• 북부 치앙마이 (Chiang Mai, เชียงใหม่)
• 북부 치앙라이 (Mueang Chiang Rai, มืองเชียงราย)

이외에도 남부 푸켓이나 판아, 자미 지역 및 북동부 우분, 우롱, 공격 지역 역시 단지 설립 후보지로 거론되었습니다. 보고서는 태국 카지노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은 외국인과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태국인으로 제한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아닌 내국인 카지노로 운영하되, 내국인의 입장 자격에 제한을 거는 것입니다. 빈부 격차가 심한 태국의 경우 모든 내국인이 출입 가능하도록 허용할 경우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내국인 입장 자격은 20세 이상으로 은행 계좌에 50만 바트(1,888만 원) 이상을 예치하여 우수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개인입니다.

카지노를 엄격히 금지해 온 태국 정부

태국은 1935년 도박 관련 법안을 제정하여 대부분의 도박을 금지하고, 특정 장소에 한해 도박을 허가하되 허가 권한은 정부가 갖도록 지정했습니다. 정부가 발행하는 복권과 경마 투표권을 제외한 모든 도박 행위가 불법이며, 전 국민의 95% 가량이 불교 신자이자 엄격한 불교 국가인 태국은 도박을 타락한 속세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엄격하게 금지해 왔습니다.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는 관광 대국이자, 매년 4천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태국을 방문하고 있지만, 흔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바로 태국입니다. 각종 음식과 빼어난 자연 경관로 유명한 데에도 불구하고 많은 휴양지에는 합법적인 카지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접 국가인 필리핀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 카지노를 주요 수입원으로 여기고 각종 복합 리조트를 건설하는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합법적인 카지노를 승인하지 않은 국가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뿐입니다.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광풍 이후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항공편이 끊기고 해외 관광이 대폭 감소하자, 관광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태국인이 직장을 잃고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금융 정보 업체 ‘RFI글로벌’에 따르면, 태국인의 70%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남아시아 주변 국가에 비해서도 관광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태국인 만큼, 태국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나기 이전인 2019년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사용한 비용은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11%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발발한 이후, 2021년 외국인 입국자 수는 428,000명으로 99% 급감했습니다.

이번 태국 카지노 설립을 허가하기 위한 제반 준비는, 코로나 과정 중에 감소한 외국인 방문객과 줄어든 세금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필리핀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변 국가들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를 경쟁적으로 건설하며 관광객과 함께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지금껏 카지노를 엄격히 금지한 태국 역시 카지노를 허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입니다. 태국 카지노 설립이 허가되면 뛰어난 관광 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르게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아 동남아시아 카지노 맹주 국가로서 주도권을 갖고 수십 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태국 카지노 허용 권고는 2018년 태국 정부가 대마초를 합법화한 것과 맞물려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2018년 의료용 대마 재배 및 사용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허용했습니다.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가정에서 대마초를 재배하는 것도 허용했습니다. 물론 명분은 의료용 재배 허용이며 향락 목적의 사용은 금지했다고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대마 허용 조치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대마를 합법화한 상태에서 카지노까지 설립할 수 있다면, 외국인 관광객을 끌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기능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불법 도박의 천국, 태국

사실 정부가 도박을 엄격히 금지한 것과 대조적으로, 태국은 전 세계에서 도박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인 것이 실상입니다. 심지어 ‘카지노 없는 도박 천국’이라 불리기까지 하고 있으니, 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사행 산업을 감안할 때 이번 태국 카지노 허가 권고는 때 늦은 감도 없지 않습니다.

태국의 도박 연구 센터(CG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도박을 즐긴 경험이 있는 태국인은 3,042만 명으로 이는 태국 전체 인구의 57%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10대 미성년자들의 도박 참여입니다. 15~18세 청소년 중 20%에 해당하는 73만 명이 도박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19년 처음으로 도박을 시작한 태국인 70만 명 중에는 7세 아동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태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도박은 정부가 발행하는 복권이었으며, 불법 복권과 축구 결과 베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태국인들은 유달리 복권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전 국민의 30%가 복권을 구매하고 있을 정도로 복권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며, 한 달에 2번 추첨하는 태국 정부 발행 복권은 매 회마다 1억 장 이상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1억 장은 태국 전체 인구 수인 6,800만 명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복권에 당첨되기 위한 각종 미신도 성행합니다. 행운의 당첨 번호를 얻기 위해 유명 사원에 있는 큰 나무에 하얀 가루를 묻혀 숫자의 형태를 띄길 기다리거나, 총리 혹은 유명 연예인의 차량 번호판 숫자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태국 복권의 가격은 80바트(3,000원)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번호가 들어간 복권은 프리미엄이 붙어 120바트(4,500원)에 판매하기도 합니다.

복권 외에 불법 스포츠 도박도 횡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열리는 무에타이 경기나 각종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놓고 불법 베팅 업체들이 제공하는 도박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수년 전에는 아이들을 동원하여 무에타이 경기를 열고 불법 도박을 하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방에서는 무에타이 외에 ‘닭 싸움(투계, 鬪鷄)’도 성행합니다. 국가가 허가한 투계장에서 열리는 투계 경기는 닭의 주인에게 시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투계 자체를 허용하고 있지만, 투계장 주변에서 관객들이 불법적으로 도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태국의 투계 시장 규모는 총 1조 원에 달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현재 태국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며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분야는 온라인카지노입니다. 인터넷 환경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카지노사이트에서 카지노 게임을 즐기거나, 토토사이트에서 스포츠 베팅을 즐기는 국민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한국 내 최고의 온라인카지노 업체인 우리카지노가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관련이 없지 않습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의 3%에 해당하는 210만 명이 온라인 베팅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 중 10%에 해당하는 20만 7천여 명이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라는 점입니다. 마트라다 태국 보건부 정신건강국장은,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베팅은 축구 베팅으로, 유럽 주요 축구 시즌 중에는 전체 도박 시장에 융통되는 자금이 무려 9억 2,400만 바트(348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온라인 축구 베팅 경험자들의 80%가 일반인들 사이에 온라인 축구 베팅이 성행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언급했습니다.

불법 도박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태국 정부 당국의 고심 역시 깊습니다. 관련 기관은 도박의 폐해를 알리고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해 각종 캠페인을 펼치며 국회 내부에 담당 위원회를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권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도박 방지 재단에 출연하여 온라인 도박 금지 캠페인을 시행하는 것도 이러한 도박 근절 노력의 일환입니다.

태국 카지노 설립 허가를 향한 우려의 시선

이렇게 불법 도박이 성행하는 상황에 카지노 설립을 허가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자, 사회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카지노가 불법 돈세탁을 위한 창구로 악용되거나, 도박 중독자를 양산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카지노 건설 후보지로 언급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카지노가 들어설 경우 도박과 마약 중독자가 유입되는 등 지역 사회가 타락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주도한 국회 특별위원회는 하원이 승인한 보고서가 카지노의 국가 수입원 가능성을 검토한 것일 뿐 카지노를 허용하도록 촉구한 것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카지노 합법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기 정부가 결정할 문제로, 부정적인 요소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와 주민 투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 관광 산업이 대형 복합 리조트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카지노가 그 중심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변변한 태국 카지노 후기 하나조차 없을 만큼 복합 리조트의 변방에 위치한 태국이 다시금 관광 대국으로서의 위치를 회복하려면 카지노 허가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태국 외국인 카지노가 전무한 상황에서 태국 카지노호텔이 들어서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아니어도 많은 외국인이 방문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수도 방콕이 복합 리조트 건설 후보지로 거론되는 만큼, 방콕 카지노 호텔은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입니다.

태국 카지노 합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의 2부 의장이자 이번 보고서를 주도한 삐쳇 의원은,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카지노는 피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뒤이어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카지노를 건설하면 태국 내 성행하는 불법 도박 업체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도 막을 수 있다”며 막대한 세수 증대를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몇 없는 카지노 변방인 태국이 과연 카지노를 발판으로 관광 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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