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시의회, 영종도 지역 카지노의 경쟁력 강화 방안 논의
- 복합 리조트 외에 대규모 테마파크와 같은 관광 시설 필요해
- 카지노 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국인 카지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 나와
- 내국인 카지노 검토에 지역 사회 대거 반발
- 명분 없는 도박 산업 양성보다 실질적인 지역 상생 방안이 먼저라는 지적
인천 시의회가 인천 영종도 지역 카지노 복합 리조트의 진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영종도 내 위치한 대규모 복합 리조트인 파라다이스카지노와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향후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전망하고, 복합 리조트 단지 전체에 더욱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만한 요소를 추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규모 테마파크 등의 가족 단위 관광객을 적극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돌연 영종도에 내국인 카지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내국인 카지노 허용 주장에 지역 사회는 도박 산업을 양성화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내국인 카지노는 도박 산업의 폐해를 감안하지 않은 채 오로지 카지노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목적만 생각한 주장이라며 당장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내국인 카지노는 단순히 인천 지역 사회와 시의회 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라 중앙 정부까지 연관된 사안인 만큼, 주장을 관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형 복합 리조트의 중심에 올라선 인천 영종도
현재 인천 중구에 위치한 영종도에는 5성급 대규모 카지노 복합 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와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가 먼저 들어서 영종도 복합 리조트 단지의 포문을 열었고, 올해 미국 모히건(Mohegan)사의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개장하며 영종도가 한국 복합 리조트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 자료에 의하면 파라다이스시티의 작년 매출액은 3,291억 원으로, 제주도에 위치한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총 매출액인 2,579억 원보다 많습니다. 또 파라다이스시티의 임직원 수 역시 올해 4월 기준 1,915명에 달해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찾아오며 최근에는 카지노 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탓에 관광 도시로서의 경쟁력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영종도에 새로 들어서 파라다이스시티, 인스파이어 리조트와 함께 복합 리조트 트로이카를 구성할 예정이었던 ‘골든테라시티(미단시티)’가 좌초되며 영종도 내 흉물로 자리하다 보니 영종도를 동북아시아 카지노의 중심으로 띄우려던 인천시의 계획도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단시티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은 올해 3월 ‘RFKR(중국 푸리 그룹 한국 법인)’이 제출한 사업 기간 연장 신청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종 거절하며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중국 내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푸리 그룹이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미단시티 사업 기간 연장 신청을 승인해줬지만, 더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영종도는 사실상 파라다이스시티와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2파전 양상이 되고 말아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영종도 발전을 위한 논의, 내국인 카지노 허용 주장까지 나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천시의회 의원 연구 단체 ‘카지노복합리조트 및 MICE 산업 발전 연구회’는 지난 14일 인천 영종도 내 카지노 복합 리조트 산업 진흥을 위한 조례 제정에 대하여 논의했습니다. 토론회에는 연구단체 대표 의원인 신성영 의원(국민의힘, 중구2)를 비롯하여 김용희 의원(국민의힘, 연수구2), 김종배 의원(국민의힘, 미추홀구4), 석정규 의원(더불어민주당, 계양구3), 신충식 의원(국민의힘, 서구4) 의원과 연구회 자문위원 7명이 참석하였습니다.
이 날 토론회는 인천 영종도 카지노 복합 리조트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 이승훈 자문위원은 “영종도는 외국인 관광객 유발 효과가 부족한 탓에 카지노 리조트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며, 일본의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일본은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와 같은 대규모 테마파크가 조성되어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유치하기 쉽고, 카지노 방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인천 중구 영종도가 더욱 발전하려면 2개의 복합 리조트 외에도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할 수 있는 집객(集客)시설(숙박, 교통, 문화관광 시설)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파라다이스시티나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워터파크와 레스토랑 등의 상업 시설이 충분하지만, 디즈니랜드(Disney Land)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같은 테마파크가 없어 가족 단위 관광객이 영종도가 아닌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천시 카지노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 부서를 설치하여, 인천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연구회 대표 신성영 의원은 “중국의 무(無)비자 관광 정책 이후 중국 여행 상품 생방송 판매 예약률이 1년 전에 비해 256% 증가하는 등, 국내 관광 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하며 위기 의식을 갖고 카지노 복합 리조트 진흥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강조했습니다. 신성영 의원이 제안한 돌파구는 다음과 같이 약 2가지 정도로 간추릴 수 있습니다.
- 해외 카지노를 이용하여 국부가 유출되지 않도록 인천에 한해 무비자 정책 도입
- 외국인 전용 카지노 뿐만 아니라 내국인 입장까지 허용
신성영 의원은 이어 “우리 연구회에서 조례 개정이 심도 있게 거론된 만큼, 카지노복합리조트 진흥 조례를 조속한 시일 내에 발의하겠다”고 말하며, “문화체육관광부 및 카지노 관련 협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여 카지노 매출액의 10%를 부과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이 인천 지역 발전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전(前) 미추홀구 부구청장 권혁철 자문위원 역시 힘을 보탰습니다. 그는 “카지노 복합 리조트 진흥을 위해 먼저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 부서를 설립하여 제도권 안에 안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제도를 만든 이후 관련 인력 양산 등과 같은 문제를 관련 업계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 제안했습니다.
이어 영종도 내 흉물로 자리할지 모를 미단시티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신성영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인천경제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언급하며, “미단시티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 취소를 전후하여 인천시가 2차례 ‘미단시티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열었지만, TF마저 5월 이후 중단된 상태”라고 말하며 “인천경제청은 미단시티 재건을 위해 중앙정부와 함께 인천시 관광 무비자 정책 등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격적인 정책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내국인 카지노 주장에 지역 사회 잇단 반발
이번 토론회에서 신성영 의원이 주장한 내국인 카지노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예상대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빗발쳤습니다. 도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주장으로, 지역 상생에 대한 방안 없이 그저 도박 양성화만 부추기는 주장이라는 지적입니다. 인천 지역 언론 ‘인천투데이’는 사설(社說)을 통해 신성영 의원이 내세운 내국인 카지노에 대하여 “도박의 심각한 폐해를 외면한 채 무작정 카지노 활성화만 앞세운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크게 비난했습니다.
인천투데이는 강원랜드의 사례를 거론했습니다. 당초 강원랜드는 폐광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갖고 출발했지만, 도박 중독자와 가정 파탄, 개인 파산 급증 등의 수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도박 중독 문제로 관리 센터를 찾은 방문자만 3,984에 달하며, 2019년 3,427명에 비해 16% 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강원랜드의 도박 중독 예방 및 치유 예산은 2019년 54억 원에서 작년 39억 원으로 28% 가량 더 크게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강원랜드가 위치한 강원도 정선군 지역 경제가 카지노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사업 구조가 기형화되어 지역 경제의 고른 균형 발전에도 실패했습니다. 이러한 폐해를 충분히 알면서도 수도권 인천 지역에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하자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며, 인천시의회는 무분별한 카지노 확대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성토했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카지노 사이트의 발달로 청소년 도박 중독 문제 역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카지노를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카지노사이트에 접속하여 카지노 게임을 접할 수 있다 보니, 스마트폰을 이용해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도박 중독에 빠져들고 마는 것입니다. 이에 강원랜드는 유관 기관 19개와 협력하여 매년 5월 셋째 주를 ‘청소년 도박 문제 예방 주간’으로 지정하여 청소년 도박 중독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 밀접한 인천 지역에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하자는 발상은 도박 중독을 부추기는 행위로서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도박 산업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오히려 지역 사회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며, 지역 발전이 목표로 하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시의원들이 정말로 지역 경제를 위한다면 도박 양성화와 같이 심각한 폐해를 낳는 해법 대신, 실효성 있는 지역 상생 방안과 건전한 관광 산업 육성책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종도 주민들 역시 신성영 의원의 주장에 일제히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김요한 정책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애초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영종도 지역 카지노 리조트 설립 허가를 내줄 당시 내국인 카지노 허용 불가를 전제로 주민들이 동의한 것”이라고 말하며, “정부의 지난 결정을 뒤집고 주민 의견에도 반하는 주장은 지역구 시의원의 입에서 나올 내용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는 공식 문제 제기와 아울러, 시의원들이 해당 주장을 거두지 않을 경우 ‘주민 소환’이라는 강경책까지 동원하겠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어 “현재 영종도 파라다이스카지노의 매출은 제주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 8곳의 합계 매출인 2,579억 원보다 많은 3,291억 원이지만, 제주 카지노 업체들이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지역 발전 기금을 내놓는 것과 달리 영종도 카지노는 지역 상생에 소홀하다”고 말했습니다. 카지노 활성화 대책을 세우는 것보다 기존 업체들이 지역 상생을 위한 조례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내국인 카지노 주장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아니어도 영종도 내 내국인 카지노 주장이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도박 양성화를 우려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첫 번째 이유이며, 영종도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인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제주도는 2021년 ‘제2차 제주 카지노업 2022~2026 종합계획안’을 통해 제주도에 내국인 카지노 설치를 검토하였지만, 도박 산업 활성화를 우려한 도의회와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의해 무산된 바 있습니다. 국내 유일한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위치한 강원도의회 역시 제주도의 이러한 행보를 규탄하며 제주도 내국인 카지노에 대한 논의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습니다.
게다가 인천은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인천에 내국인 카지노가 들어설 경우 서울 지역 인구를 대거 빨아들일 것으로 예상되어 대중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과거 2014년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카지노 업체 샌즈카지노의 수장 셸든 애덜슨(Sheldon Adelson)이 106억 달러(14조 7,626억 원)의 비용을 전액 지불할 테니 서울 잠실 지역에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에 내국인 카지노 조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한국 카지노 중 유일하게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강원랜드는 강원도 폐광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영종도는 이와 같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과거 전남 화순군 폐광 지역에 내국인 카지노를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본격적인 추진조차 못 하고 관련 논의가 쑥 들어간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화순군 폐광 지역은 강원도 폐광 지역과 같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정당한 명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 받지 못 한 사례를 살펴볼 때, 지역 경제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영종도에 단순히 카지노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내국인 카지노가 들어서는 것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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